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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의 학문발전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발생하는 비물질적인 현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물질적인 것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의 중복이라 할 수 있다. 즉, 해부학과 실험 과학,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인간에게 뇌에 관한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했지만,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요구받는 시점에 와 있으며 그 힌트는 지난 역사에서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목차
인지심리학
학문 발전의 역사
1. 개요
인지 심리학이 활발해지기 전에, 자극-반응(S-R)이라고 하는 도식에 의한 행동주의 심리학이 일반적이었지만, 컴퓨터의 발전에 수반해 정보과학이 발달하면서, 정보과학의 생각이 심리학에 받아들여져 인지 심리학이라고 하는 분야가 성립했다. 기존의 자극(환경)에 대한 결과물로 행동을 바라보고 '학습'을 주된 관심으로 가졌다가 단순히 자극의 변화로 행동을 설명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이론적 접근이 필요해졌다. 1967년 울릭 나이서(Ulric Neisser)가 '인지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고 나서, 이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지란 지각·이해·기억·사고·학습·추론·문제 해결 등을 포함한다. 뇌과학, 신경 심리학, 정보과학, 언어학 등과 연관 있는 학문이다.
행동주의는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인간의 내적 심리, 마음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관찰 가능한 자극과 반응 간의 조합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인간 및 동물을 대상으로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관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에 반발적으로 인지 혁명이 초래하게 되었다.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이라고도 불리는 인지주의(cognitivism)는 과학에서 하나의 혁명을 초래했다. 분할 뇌연구로 1981 년에 의학 · 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심리학자 스페리(R. Sperry)는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이 20 세기 후반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건이라고 했다.
1-1. 동물 및 인간 대상 연구로부터의 성과
행동주의에 직접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계기가 된 연구들 중 일부는 동물 연구로부터 촉발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자극과 반응 사이에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조정하거나 조합하는 무언가(알고리즘 등)가 있다는 것을 상정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결과들을 내놓았다.
- 쾰러(Köhler)의 통찰 학습(insight learning) 연구(1925): 쾰러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바나나를 두고 침팬지들이 이를 어떻게 손에 넣어 먹는지를 연구하였다. 침팬지들은 공통적으로 이전에 침팬지들이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에 처했으며, 이 문제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조련받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침팬지들은 근처에 있는 나무 상자를 쌓아 올라가거나, 두 개의 막대기를 이어 하나의 긴 장대로 만든 뒤 바닥을 긁어 장벽 너머에 떨어져 있는 바나나를 끌어당기는 등, 배운 적이 없는 해법을 어느 순간 찾아내어 적용하였다. 통찰 학습과 관련된 일련의 연구들은 '침팬지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손기술이나 지식을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 톨먼(Tolman)의 인지도(cognitive map) 연구(1946): 톨먼은 쥐가 미로를 탐색하는 행동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쥐가 공간에 대한 표상을, 즉 가상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실험에서 쥐는 직진 후 'ㄷ' 모양으로 꺾어야만 길의 끝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형태의 미로를 학습하였다. 그 뒤 쥐를 방사형의 새로운 미로에 데려다 놓았는데, 이 미로는 원래 쥐가 학습했던 길로 가려고 하면 금방 막다른 길이 나타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 미로에서 쥐는 원래 학습했던 경로가 아니라, 처음 학습한 미로에 먹이가 있었던 10~11시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경로를 찾아 나아갔다. 인지도 연구는 '쥐가 공간에 대한 표상을 그려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자극과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 그 이외에도, 행동주의의 반응대로라면 생물체는 동일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양적/질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과연 자극과 반응 사이의 관계 만으로 인간의 행태를 전부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
1-2. 컴퓨터의 발전
행동주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이상현상들이 위와 같이 보고되고 있던 와중, 제1차·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컴퓨터가 장족의 발전을 이룬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던 당시의 심리학자들에게 컴퓨터는 좋은 아이디어를 던져 주었는데, 마음은 컴퓨터가 하는 일을 생물체 안에서 행하는 일종의 정보 처리 메커니즘과 같다는 '컴퓨터 비유'가 성립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앨런 뉴웰(Allan Newell)과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사고 및 문제 해결 과정을 모사하는 연구, 즉 인공지능 연구의 문을 열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기도 한다.
1-3. 인지심리학의 정립
위와 같은 배경 아래, 울릭 나이서(Ulric Neisser)가 처음으로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 이름을 붙인 교과서 '인지심리학'을 1962년에 처음으로 출판하였다. 본격적으로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으로서 '인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심리학의 연구분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1-4. 인지과학의 대두
인지심리학은 이후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의 여러 학문과 섞여나가며 인지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등장시킨다.
Cognitive Science
심리학의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에 대한 논의가 발전하였고, 내성법,정신분석학, 행동주의를 거쳐 인지 혁명이 일어나 인지주의를 탄생시켰다. 인지주의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심리 학제를 인지심리학이라 불렀는데, 인지심리학적 관점을 다른 과학까지 확장시키는 것을 인지과학이라 부른다. 인지과학이란 인지주의적 관점(정보처리적 관점) 하에서, 인간이나 동물, 컴퓨터의 사고 과정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에 의존적이면서도 일부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관점이다.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인지과학에 기여하는 학문으로 여러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인지과학이 좁게는 심리학,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신경과학부터 넓게는 철학, 인류학, 경제학, 언어학 등의 여러 분야의 영향으로 발생한 학제적 연구 분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조지 밀러는 작업 기억의 저장 용량으로 알려져 있는 "Magic number 7±2"로 유명하다.
2. 비판
2-1. 중국어 방 논증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의 '중국어 방 논증' 등에 의해 제기된 인지주의 비판은 매우 고전적인 주제가 되었다. 중국어 방 논증에서 주장하는 바는, 어떤 시스템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움직이고 원만하게 작동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시스템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The Chinese Room.
존 설(John Searle)이 튜링 테스트(즉 기계의 지능 테스트)로는 기계의 인공지능 여부를 판정할 수 없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 실험을 말한다.
어느 방 안에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하 참가자)을 넣어둔 후, 중국어로 된 질문-답변 목록과 필기도구를 제공한다. 이 상태에서 중국인 심사관이 중국어로 질문을 써서 방 안으로 넣는다면, 참가자는 중국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질문/답변 목록을 토대로 알맞은 대답을 중국어로 써서 심사관에게 건네줄 수 있다.
일반인들은 참가자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질문도 답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대조해 보고 답안을 제출할 뿐이지 정말로 중국어를 알고 대답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 해답 변 쓰는 기계가 되는, 어떻게 보면 참가자 입장에서는 지능이 '감퇴'하는 것이다. 즉 문답이 완벽하게 이루어져도 안에 있는 사람의 중국어 '이해 여부'를 알 수 없듯이, 기계가 튜링 테스트를 거치더라도 그게 '지능'인지 '저장된 답변'인지는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2-2. 컴퓨터와 생물의 차이
인지주의의 발생에 컴퓨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컴퓨터는 생물의 뇌와는 다른 물질이다. 컴퓨터는 기호화된 정보를 처리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이 관점을 생물에 적용시킨 인지심리학 역시 인간의 마음을 기호화·추상화된 정적인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생물체와 (물리적 또는 사회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은 정적인 기호나 표상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서로 영향을 끼치는 동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확인하고자 물리학에서 주로 사용되는 복잡계 과학이나 비선형 동역학적 관점을 도입하기도 한다. 또한 뇌에 국한되는 '마음' 개념을 넘어서 신경계가 뻗어 있는 신체 전체와, 이로 인해 이루어지는 인간-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마음의 핵심으로 보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등의 이론 체계가 주창되게 되었다.
2-3. 체화된 인지주의의 연구 행태에 대한 비판
체화된 인지라는 입장이 가지고 있는 관점 자체는 분명히 학술적으로 논쟁적이기는 하지만, 이 '논쟁'들은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관점에서 오고 갈 수 있는 비판들이다. 그러나 체화된 인지에 기반을 둔 연구 가운데 이 이론/관점을 잘못 이해하고 실시한 연구들이 많았고, 이것들이 반복 검증 시도를 거치면서 재현에 대거 실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련 연구 분야를 침체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히어로 같은 '파워풀한' 포즈를 취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솔이 감소되며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이 상승한다는 결과를 밝혀 유명해진 파워 포즈(power pose). 하지만 파워 포즈의 핵심 전제였던 호르몬 수준의 변화가 반복 검증에 실패하였음이 밝혀졌다.(관련 논문) 심리적인 수준에서의 변화는 검증에 성공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으며, '파워 포즈' 이론의 핵심인 호르몬 수준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논문의 공저자는 "자신은 '파워 포즈' 효과가 실재한다고 믿지 않는다"는 일종의 폭로문을 올리면서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정황까지 언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