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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 중에서 국민연금은 보험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입자, 사용자로부터 정률의 보험료를 받고, 이를 재원으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연금제도의 취지와 현황, 현재 드러나고 있는 기금의 고갈과 운용의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연금 수급 시기와 보험료의 조정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연금개혁의 논쟁 등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한다.
목차
국민연금의 주요 쟁점
4. 주요 쟁점
4-1. 고갈 시기
국민연금은 2021년 6월 현재 908조 원 정도를 적립하고 있다. 2022년 말쯤에 1,000조 원을 돌파하고 2041년에 1,788조 원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2057년 고갈될 예정이다. 여기서 2041년에 적립금이 1,788조 원이나 쌓이는데 도대체 왜 연금이 고갈되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는 적립금으로 대표되는 국민연금 자산보다 국민연금 충당부채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의 2020년 현재 충당부채가 1,000조 원이나 되네 소리가 나오는데 공무원 연금 충당 부채는 미래 자산이 충당부채의 70~90%에 달해서 실제 부담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경제적 환경과 할인율에 대한 가정이 달라질 때마다 미래 자산과 충당부채 규모가 크게 변동하는 것이 문제 이긴 하다.
반면 국민연금 충당부채는 공무원연금 따위와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공무원 연금처럼 2020년부터 70년 치 지출을 기준으로 대충 산정해보면 2020년 현재가치 기준 국민연금 충당부채는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2 경원을 훌쩍 넘어 공무원연금 충당부채의 20배를 넘는다. 반면에 2020년 현재가치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미래 자산은 2090년까지 1 경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5,000~6,000조 원 정도에 불과해서 연금충당부채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워런 버핏보다 더 높은 복리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는 한 시간이 갈수록 충당부채가 국민연금 자산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다.
국민연금공단은 공식적으로는 충당부채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 부채란에도 2 경원이 넘는 연금충당부채는 빼고, 겨우 몇천억 단위의 부채가 있는 걸로 되어 있다.
그러니 19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들은 부지런히 연금을 부어도 부모 세대만큼의 연금을 받을 수 없으며, 부모 세대 수령액의 1/3이 한계라는 추정이 많다. 적립금이 있지만 피크를 치고 얼마 안 가 서연 금은 고갈된다. 국민연금에서도 기금 고갈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연금재정의 수지균형을 위하여 매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서 기금 고갈을 미루는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영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학계와 전문가들의 정설. 국민연금공단이 밝히는 공식적인 고갈 시점은 2057년이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전적으로 연금은 자녀 세대가 부담한다. 2018년 말 정부 추계에 따르면 만약 기금 고갈 때까지 아무런 개혁 조치 없이, 연금 지급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보험료는 현재 9%에서 2057년 31~33%로 오른다. 세전 임금이 22% 깎인다고 보면 된다.
어떤 이들은 현재 세대는 부모 노후, 본인 노후의 이중부담을 느끼며 노후준비를 하는 반면, 자녀 세대는 그러한 이중부담을 느끼지 않으므로 (국민연금으로 부모 노후 문제가 이미 해결됐기에) 더 많은 부담을 감내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후술 하겠지만 자녀가 없는 독신자의 노년까지 함께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부담이 크다. 게다가 국민연금만으로도 온전히 노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도 한 몫한다.
즉, 국민연금만으론 절대 노후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평범한 중산층 부모라면 자녀의 결혼이나 사교육, 대학 등록금, 주택구입 등으로 모아놓은 돈을 지출해 버린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녀가 부모세대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일정 연령까지 근무가 보장되었던 부모세대랑 달리, 자녀 세대는 비정규직이 기본이고 수입이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데다 물가와 세금, 그리고 강제징수보험료는 미친 듯이 증가하여 추가부담을 할 수 없다. 노후에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서는 출산/육아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아이를 하나 혹은 아예 낳지 않게 되므로 미래 인구수가 줄어 추후에 연금을 대줄 미래세대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자녀 세대는 도로나 항만, 수도 같은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의 상속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만 한 부담은 감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모든 자녀 세대가 사회간접자본의 혜택을 직접 받는 것이 아니고, 설령 받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혜택은 세대 구분 없이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된다. '자녀 세대'만 특정해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자녀 세대가 특별히 더 부담을 질 이유도 없다는 것.
또 어떤 논객은 기술 및 경제구조의 발전이 자녀 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본다. 즉, 미래에는 세상이 발전해서, 소수의 젊은 인구로도 다수 노인을 부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는 '예측'에 불과하고, 실제 미래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상술된 내용들은 전부 전문가들 사이에 한 번 이상 진지하게 오갔던 구상들이다. 여하튼 연금 고갈에 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 고갈 문제가 진지하게 제기된 2010년대부터 각 대통령은 한 번씩 국민연금을 건드려보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국민연금 대신 공무원 연금을 직접 삭감하였고, 문재인 정부도 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내놓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물론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당장 흐지부지 되었지만.
처음부터 고갈될 것을 예상하고 만든 제도가 국민연금이라서 정부가 예상 못 하고 뒤통수 맞은 것이 아니란 얘기. 고갈까지 최소 30~40년이 남은 시점에서 충분히 공론화가 된다는 사실이 정부부터 일반인까지 고갈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이 유년기에 받은 의무교육의 대가와 미래에 받을 연금을 위한 연금제도의 유지를 위해 세금을 내고 이 세금을 노년층이 연금으로 받아 생활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들도 이미 일찌감치 연금재정이 고갈되어 정부예산, 즉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그러나 그 세금도 역시 후손들이 부담하는 것. 독일은 출생률이 1.57명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도 이어나갈 수 있다. 출생률 0.84인 한국의 보험료 세율을 계산하면 후손들에게 보험료율만 30% 넘게 매겨야 한다. 당장 연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것만 해도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후손들이 "부모들을 위하는 거니깐 저희도 당연히 내야죠." 하면서 35~37% 수준의 보험료율을 누가 감당하려 하겠는가? 2018년 기준 조세부담률이 19.9%나 되는데, 여기에 35~37%나 되는 보험료율까지 얹어지면 실질적으로 임금의 50%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세부담률은 후대 경제의 활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납세거부운동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연금을 아예 못 받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도 국민들의 수급권을 보장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 재정전망) 단지 창렬 화가 심하게 진행될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일은 부과식으로 전환하면서 정적인 부담으로 연금 보험료율이 20%까지 상승하였고, 이마저도 부족해 연금 수급연령을 67세로 늘렸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세부담률은 2배 이상 늘리고, 보장비율은 평균 수명(80세)을 고려했을 때 15% 정도 낮춘 셈이다. 막장 국가인 그리스 또한 연금 자체는 잘 지급하지만, 연금개혁을 하면서 지급액이 1/3 가량 줄어들었다. 한국도 기금이 고갈되면 현행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새롭게 변경되면서 연금은 계속 지급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부담액은 늘어나면서 수급연령과 지급액이 줄어들 것이고, 그 규모는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서 타 국가들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4-2. 기금 운용 관련
국민연금 수익률 은주식, 채권, 부동산에 비교하면 낮지만 민간 연금보험상품보다는 높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꼭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수익 외에 안정성도 중요하며 국민연금이 수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민간 금융영역의 운신 범위를 좁혀(즉, 좋은 투자상품을 독식한다.)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은 사실 국민연금뿐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보다 더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극단적으로는 수익을 내지는 못해도 원금만큼은 보전해야 한다. 아닌 말로 국민들이 푼푼이 내는 피 같은 보험료를 수익률에 연연해서 선물옵션이나 CDO, CDS 같은 도박성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외국 금융상품에 투자하자니 투자 시점 대비 수익률이 좋더라도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 때문에 원화 기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서 녹록지 않다. 해외 투자 액수가 일정 수준을 초과했을 때, 미국에서 한국판 플라자 합의 같은 걸로 깽판을 쳐버려서 마이너스가 나면 국가에서 국민들 세금으로 메워야 하니까.
때문에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의 50% 가까이가 수익률은 극악이지만 안정성만큼은 최고인 대한민국 국고채에 투자되어 있다. 그러고 남은 약 50%의 자금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굴려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이 약 6% 나왔다면 최근 발행 기준 1.5%가량의 국고채 투자 수익률을 제외해도 나머지 비 국고채 투자자산 부문 자산을 운용하여 연평균 10.5%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니 기금운용본부 소속 펀드매니저들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국, 이들이 그만큼의 수익만 올리는 건 운영을 방만하게 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1. 원금을 최대한 보전해야 하기에 자금의 반절이 안정성 때문에 저수익 상품에 묶인 운용자금이며,
2. 그와는 반대로 고수익성을 요구받는 탓에 절대적인 액수는 너무 커서 둔중하기 짝이 없는 나머지 반절의 자금만 가지고 국제금융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악전고투하여 거둔 눈물겨운 성과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
사실, 원금보장에 고수익, 매년 수익률은 전년 대비 +여야 하는 환장스러운 조건으로 금융상품을 운영해달라고 민간금융회사에 요구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부탁해도 쌍욕 안 먹고 쫓겨나면 다행스러운데, 그걸 국가에 요구하는 것이다. 납입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데 말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평균 수익률보다 국민연금 납입자가 받는 액수로 따진 수익률이 훨씬 높다. 수익률이 더 높다는 얘기는 좀 오버스럽다 하더라도, 안정성이라는 요소가 가세한다면 국민연금은 천하무적인 게 맞다. 국민연금이 망할 정도면 민간 보험사는 이미 무덤 속에 다 들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도 잘못 고르면 망하게 되는데, 국민연금 고갈된다고 해서 다른 재테크 수단이 유난히 부각되는 경우는 적어도 20년간 없었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삼성생명 같은 경우는 사실상 상품 판매 직후인 2010년대부터 민간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래의 연금을 당겨서 현재의 수급자들에게 준다는 게 연금의 기본 목적이지만, 연기금이 하는 일은 그 돈으로 수익을 내서 더 많은 수급액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이 수익을 많이 내면 자연스럽게 미래 수급권자들이 줄어도(현재까지 누적한 기금이 있으니까) 연금을 계속 받을 수가 있다.
물론 기금 운용의 투명성에 대한 비판까지는 타당하고 합리적이지만, 국민연금 자체를 불신하는 이상한 쪽으로 퍼져 버리면 다른 경제논리 자체도 못 믿어야 정상일 정도로 국민연금이 안정된 노후대비 수단임은 입증된 사실이다. 처음에 국민연금 반대하더니 나중에 연금 타고나니까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많고 국민연금 운용이 삼성그룹 등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는 하지만,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지켜보는 눈이 너무나 많으므로 투명성의 근간이 훼손될 정도로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
4-2-1. KOSPI에 대한 비중
연기금은 기금을 운용할 때 정해진 비중에 따라 국내와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 국내 증시가 오르면(연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식의 비중이 늘어난 만큼 매도하고 다른 부문의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연기금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10%를 보유한 엄청난 고래라는 것이다. 이런 고래가 지수가 좀 올랐다 치면 엄청난 매물을 뱉어내니 증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려야 오를 수가 없다! 실제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코스피 지수는 2000 내외에서 박스권 행보를 보였을 뿐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주가지수가 오르기는커녕, 2010년 이후 매년마다 코스피 2000 재돌파를 기념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물론 이것이 100% 연기금 때문인 것은 아니겠지만, 연기금의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같은 기간 부동산을 위시한 다른 자산의 시세가 상당한 상승폭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꾀나 정체된 모습이다.
게다가 2020년 코스피가 '박스피'에서 벗어나 3000선을 돌파하자, 2021년 1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 원 이상의 주식을 매각하여 코스피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주가 급등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이 크게 늘었는데, 자산배분 계획상 2023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시대 변화를 못 쫓아가는 것"이라는 비판과 "글로벌 자산배분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배분이 당연한 건 맞지만, 과거에 비해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GPIF)의 경우는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운용규정을 변경한다고 하였다.
정리하자면, 연기금은 증시가 오르면 상승폭을 빨아먹고, 빨아먹은 결과로 증시가 떨어지면 매수하는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장기투자를 해도 도저히 수익이 나질 않으니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질 않고, 이것이 만성적인 저평가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국의 부동산 투기 문제도 주식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한몫을 하였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주가가 부진한 것은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흥국 주식시장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국민연금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또한 국민연금이 마치 무조건 풀 매도를 한 것처럼 서술되어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우량주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저점에서 매수하고 고점에서 매도하는 것이 잘못된 전략이 아니다. 예시로 적힌 2020년의 경우 코로나 19로 코스피가 1400까지 큰 폭으로 낙하했을 때, 결국 초반에 우량주를 대거 매수한 것도 국민연금이었으며(물론 낙하하는 동안에는 인버스, 곱 버스를 매수하긴 했다.) 현재 전례 없는 고점에서 (국민연금의 기준에서) 극히 일부분을 매도하는 게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 주장이다.
위에서 박스피 형성을 오로지 국민연금의 잘못인양 서술하였는데, 이 역시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주식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과 지정학적 불안정이라는 양면성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북한이 핵 실험하면 주가가 출렁이고, 미사일 도발해도 영향받는 게 코스피의 현주소이다. 오히려 앞서 서술된 것처럼, 큰 위기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가 대량 매도할 때 국민연금은 방어적 매수를 해온 기록 또한 분명히 있다.
4-2-2.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이 자산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게 된다. 주식을 보유하는 만큼 주식에 당연히 따라오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가치도 올리고 투자수익도 올리면 꿩 먹고 알 먹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대한항공 주총서 국민연금이 조양호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키자 대한항공 주가가 상승한 게 대표 사례. 3월간 국민연금은 184개사에 의결권을 냈다.
정부에서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을 이용해 기업과 산업을 지배하고 민간을 지배하는 연금사 회주의 혹은 연금을 통한 민간기업의 국영화와 유사한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래에도 나오듯이 연기금은 투자뿐 아니라 환율이나 주가 방어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대해서'기업은 필요할 때만 정부 개입을 요구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시장 자유를 요구한다'는 볼멘소리도 적잖다.
스튜어드십을 운운하지만 온전히 기금 납입자와 수급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며 배임 수준의 행태를 보인다는 것.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나 한전과 관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말부터 진선미 장관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 추진을 준비 중이다."전체 나를 위해 도움이 되기 대문에 잘 되리라 본다"라며, “여성 고위직ㆍ관리직 비율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성과가 높고, 이런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높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 고위 관리직 목표제' 도입 방안을 공개했는데, 결국 여성 임원 많은 기업에 연기금 + 정부 지원금(세금)을 몰아준다는 내용이다.
이는 일본 공적연금(GPIF)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CIO 미즈노 히로 조차,“여성친화기업이 포함된 (주가 관련) 지수의 수익률이 좋겠냐고 많이 묻는다. 단기적으로는 모르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확신을 가졌다 한다, 그러나 연금 수익률 상승을 실현한 것은 아니다. 증명되지 않은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불신을 쌓는 이유가 될 것이다.
4-2-3. 잘못된 투자로 인한 손실
부동산과 기업 지분 인수 등의 무리한 투자. 특히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한때 금융위기 이후 환율방어를 위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시로 일명 도시락 폭탄[53]이라고 불리는 수조 원의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투입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들이 범람하면서 국민의 연금을 국가의 비상금으로 쓰려고 만들었냐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위원 20명 중 12명이 연금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서, 기금 운용에 정부의 임의적 개입을 배제하고 감사원의 감사도 받는다. 하지만 감사원도 한 통속이라면? 9급 공무원도 마음만 먹으면 수십억씩 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행정체계상 이런 손실이나 횡령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의 자본들이 한국에 있는 빌딩들을 판매, 이 중 일부가 국민연금에 매각되면서 만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국민연금이 지불한 가치에 비해 대폭 하락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일단 아직까지 부동산에 별 탈은 없지만, 너무 비싸게 사서 무리수 두는 거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기업의 지분 인수도 화두가 되는데, 국민연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정부 연기금 기관 중 하나다. 보통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은 연금규모가 2,000조가 넘지만 사연 금제 도로 운용되거나 지급대상에 따라 구분되어서 한국과 경우가 다르다. 애초에 금융 선진국인 영미권은 자산운용사가 수천 조씩 가지고 있어 정부에서 자금이 필요할 시 자산운용사에 부탁하는 편이다. 참고로 해외에 경우 국가 투자기관으로는 연기금보다는 국부펀드를 쓰는 편. 중동이나 북유럽, 중국의 국부펀드 규모는 1,000조가 넘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도 500조가 넘는다. 최순실 게이트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이 심각한 비리의 소지가 있는 것도, 이를 결정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한국에 있는 Top 100 기업들의 대부분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이 중에 작은 회사라도 망해서 헐값으로 매각 혹은 경매절차에 들어가면 거기에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쪽은 현재 수익률이 좋아 문제 되지는 않지만, [56] 위험이 있는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주식이 채권에 비해 위험이 크지만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더 높은 편이고 국민연금 수준의 자산이 투입되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웬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손실을 볼 일은 크게 없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대공황 수준의 폭락을 겪을 일이 없다고 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워낙 실탄 보유량이 많아 투입되면 주가 하락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식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포트폴리오는 시장 전체가 계속 마이너스 성장만 하지 않는 이상 꾸준히 수익을 낸다. 상위 100개 기업의 주식을 5%씩 보유하는 것이 바로 그런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의외로 유명한 펀드매니저들도 자주 쓰는, 나름대로 검증된 방식이다. 지수 복제한 ETF(KODEX200이라든지)와 거의 같은 투자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연금 규모가 줄어드는 시점부터 발생한다. 그때부터는 보유 주식을 점차 매각해야 하고 이는 주식시장 전체에 큰 하방 압력을 준다. 수백조 원 이상의 돈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 자체에도 영향을 주며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정부가 예상하는 2050년보다 훨씬 이전에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
또한, 애초에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민간 금융 시장에서 '큰손'으로 활동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바람직한가의 의문도 있다. 채권, 주식, 부동산 등 모든 금융시장은 대부분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거나 혹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채권이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 매도호가가 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비싼 가격에 채권이나 주식을 사야 한다. 또 국민연금이 상장주식 IPO에 참여할 경우 다른 참여자들에게 배정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든다. 이처럼 민간 금융 시장에 정부가 큰손으로 참여할 경우 민간 플레이어들을 몰아내는(crowding-out)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부는 금융시장에 플레이어로 참여하지 않는다. 만일 국민연금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정부가 매년 정부 예산(세금)으로도 주식에 투자하지 말란 법이 없다. 둘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봐도 정부가 국민들의 연금을 받아서 자국 주식시장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운용하며 민간과 경쟁하는 큰손 역할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외에 없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방향과 국민연금의 투자방향이 다를 때(예를 들어 보유주식을 국민연금이 꾸준히 매도해 주가가 하락한 경우) 왜 내가 낸 연금과 싸워야 하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최근 같은 문제로 많은 비판이 일고 있다.
4-2-4. 공매도 주식대여
보유한 한국 및 외국기업의 주식들을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한테 공매도용 대차거래 주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공매도에서 개인투자자는 개별 증권사가 보유한 대주거래만 되는데, 기관이나 외국인은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대차거래가 가능하여 차별 및 시세조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대차거래용 주식이 바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이라는 것에 논란이 크다. 기사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돈을 벌 수 있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시세조종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이미지는 당연히 좋지 않다.
이에 2018년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공매도 과열 종목에는 신규 공매도 주식대여를 제한하기로 했지만, 공매도 과열 종목이 아닌 종목에는 해당사항이 없어서 불만이 크다. 기사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아예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자체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바른 미래당 이태규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공매도 주식대여가 5년간 1,000조 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4-2-5. 기금 운용 과정 의도 덕적 해이
국민연금의 운용은 어느 정도 정보를 비공개로 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과연 안정적으로, 공익적으로, 최대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그 연금 본연의 목적으로만 운용한 다기보단, 정치권이나 정책당국의 입김에 따라 특정 기업이나 시장을 백업하는 등 다른 목적의 차원에서 운용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와중에 다른 수익 기회를 놓치거나 쓸데없이 자금을 날려먹는 경우도 있었고, 최순실 게이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통합건 역시 이런 도덕성 논란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겠다.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입은 손실은 3천억 원 규모인데 반해 국민연금은 연기금이 400조에 달하니 도덕적 해이 문제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도덕적 해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의견이다. 도덕적 해이는 대리자의 이기적인 판단 때문에 투자자의 이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이를 단순한 금액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투자자-대리자 간의 신뢰도와 대리자의 윤리적 자질에 관한 문제로 판단해야 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 자산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사는 게 자산 규모 대비로는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일지라도, 괜히 그런 행태가 한국 재벌가의 도덕적 해이 사례로 꼽히는 게 아니다. 손해 액수와 무관하게 공공 금융 기관에서 대리자 윤리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기관의 윤리적 신뢰도에 관한 심각한 결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3천억 원 규모의 대리자 문제는 어지간한 일개 중견기업의 자산규모급으로 그 절대적 액수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문제점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4-2-6. 거래증권사
국민연금은 하나의 거래원으로만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여러 증권사에 일을 분배해주고 있다. 이때 증권사는 1등급을 받아야 5.5%, 2등급은 3%, 3등급은 1%의 수량을 받을 수 있다. 3등급 안에 들지 못하는 증권사도 부지기수다. 2011.4분기 기준으로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이 1등급에 해당한다. 그동안 1등급이었던 미래에셋증권, HMC투자증권이 등급 외로 리스트에서 삭제된 것을 보면 그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의 주역이었던 듯하다. 동양종합금융 증권, SK증권, 한화증권도 거래증권사 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기존의 증권사 선정 문제 때문에 2012년부터는 모든 평가점수 및 선정 증권사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2018년 4월부로 삼성증권도 공매도 사태로 인해 등급 외로 추락했다.
4-2-7. 민간투자사업
국민연금은 막대한 자본을 갖고 있는 투자자로서 수익 확보 수단의 일환으로 민간투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변덕이 심하지 않은 민간 투자자 역할을 해주는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대박은 치지 못할지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기에 민간투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민간투자사업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어야 하는 만큼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여 만든 인프라에 비해서는 전체적인 이용 요금을 비싸게 받는다. 어느 정도의 비용 차이는 이용자들도 납득하지만 그 이윤의 극대화가 지나쳐 공익적인 부분을 해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MRG(최소 운영수입보장) 계약을 체결한 경우 경영상의 난맥상으로 인한 손실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꿔주거나 이용자의 요금 부담으로 전가시킬 수 있어 고의로 비싼 대출을 받는 등의 사례가 존재한다. 이 MRG의 폐해를 깨달아 MRG 제도는 폐지했으나 종전에 체결된 MRG 계약은 유효하며, 이것을 MCC(최소비용보전) 등으로 바꿀 경우 운영 기간을 늘려주는 등 등 특혜를 주기에 이용자들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민간투자자 가운데 큰 축을 국민연금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표적인 도로 민간투자사업은 미시령터널, 일산대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 중앙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미시령터널과 일산대교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미시령터널은 서울 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용자가 급감했음에도 최고 65%의 대출 이자를 청구하며 나랏돈(강원도 도비 포함)으로 배를 불리고 있고, 일산대교는 경기도 및 주변 지자체들과 마찰 끝에 결국 공익 처분과 그에 따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나 중앙고속도로 역시 현재는 요금을 인하하였으나 그전까지는 과도한 요금 부담으로 있는 대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국민연금도 수익이 있어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기에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은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 수익을 위해 연금을 현재 내고 있거나 받는 사람의 주머니를 과도하게 털어가는 것은 공익적인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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